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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고향 제주 삼양 해변Photo/landscape 2007. 10. 29.
고향바다
박동렬 作
무릎 높이까지만 나가 보았지
발 디딜 틈도 없이 바삐 온 세월
물살에 밀리고
부표처럼 떠다니는 그리움
그 깊이를 알란가
파도가 밀려와 속옷을 적시고 가도
멱 감지 않을 거에다
죽는 날까지
바라만 봐도 되냐고
등대에게 물었더니
연락선 한척 뱃고동 울리며
휑하니 지나가니 부는 바람
당장 못 데려가 심통인가
못 떠나가 마음 졸임을 절인다.
짜디 짠 인생
배추 포기 같은 여린 속 감추며
둥글게 살고 팠는데
바람 든 무 마냥
속앓이에 지쳐있지
심현(深玄)의 바다여!
우쭐한 바다여!
아버지가 띄운 통통배
탑선한 건 딱 한 번인데
바다 한 가운데서
생의 멀미를 느끼고
유유히 걸어 나올 뻔 했지
나 살아 있는 건
고향을 떠났기 때문이고
나 살아 가는 건
고향바다가 자꾸 부르기 때문이지
쪼르르륵 달려와서
무릎 깊이까지만 내려서며
모든 사연에 숙연해지지
고개 숙여 찾으면 보일 것 같던
추억의 껍데기
물이 둥둥 잠겨 보이지 않고
한 쌍의 갈매기만 구슬피
오래토록 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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