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걸음이 무거운 추석이 다가온다.
    Monologue 2007. 9. 20.
    고향 제주집에 있는 아버님에게 안부 전화를 올리면서 태풍 나리가 제주 도민에게 끼친 영향을 실감나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주도민의 90% 이상 추석, 설 명절의 제수 음식을 장만하는 시장이 동문시장인데 태풍으로 인하여 완전히 폐허가 되버렸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추석을 일주일정도 앞둔 상황에서 모든 가게들이 추석 물건으로 잔뜩 준비된 상황에서 더더욱 피해는 심하다고 한다. 나는 어릴적 동문시장에서 뒷골목에서 커왔다. 큰아버님과 아버님을 비롯한 온 가족이 동문시장에서 장사를 하셨고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였다. 특히 큰아버님은 동문시장 회장 역임도 하셨다.


    자동차가 다지지 않을 옛날에 동문시장은 제주도에서 최고의 중심지이며 상권이었다. 서부두에 배가 들어오는 날이면 구르마의 행렬이 부두가 선창장을 향하는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동문시장 앞에는 노터리가 형성이 되어 부처님 오신날이나 행렬 행사가 하는 날이면 모든 사람들이 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 곤 했다.

    옛날 장사는 외상 장사이다. 요즘처럼 현찰 거래나 카드 거래가 없었고 모두가 사는 것에 바쁘고 인정이 넘쳤기 때문에 물건을 사고 장부에 적어 놨다가 돈이 생기는 날에 돈 받아가는 것이 당연시하였다. 부모님이 동문시장에서 장사를 하셨기 때문에 나는 항상 동문시장 뒷골목에서 놀았고 시장의 구수한 냄새와 정감과 활력이 넘치는 시장 풍경을 좋아한다.

    어릴적 감성이 묻어나는 동문시장이 태풍 나리로 초토와 됐으니 정말로 가슴이 아프다. 아버님께서 통화로 이야기 하는 말 중 "이번 추석에서 제대로 차례를 지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그래서 큰일이구나"라는 말을 듣는 순간 태풍 나리가 미워졌고 무분별한 개발이 원망스러웠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마산이라 예전에 태풍 매미가 불어 닥쳤을 때 폐허가 된 마산 어시장을 본 경험이 있었어 제주도의 피햬가 어떠하다는 것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주말에 차례를 지내기 위해 고향길에 오르는데 현재 제주도의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아 발걸음이 무거워질 것 같다. 아무죠록 하루 빨리 복구되고 제2의 피해가 없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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