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식, 50년 인간을 찍은 사진예술가를 만나다.
    Photo/portrait 2011. 5. 25.
    사진을 좋아하보니 존경하게 되는 사진 작가를 자연스럽게 접하게되며 사진 생활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게 된다. 오늘 소개할 분은 '인간'이란 하나의 주제를 갖고 평생 사진을 촬영해 온 최민식 사진 예술가이다. 인간을 찍는 사진 예술가 최민식 사진을 통찰하면서 사진 촬영 영역을 보다 넓혀 나가는 동기가 되었으면 한다.


    50년 동안 사진의 주제는 가난한 사람의 얼굴이고, 형식은 '스냅숏'이다. 순간적으로 포착된 가난한 동네의 가난한 얼굴에서 그는 휴머니티를 발굴한다. 50여 년 동안 20만 장을 찍었으니 최민식은 '인(人) + 간(間)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인간(Human)인지 깨달았음이 분명하다. 50년이라면 도를 통하고도 남을 세월이다.



    부산, 1963
    나는 궁극적으로 인류의 평화와 행복, 사랑을 위해 사진을 찍어. 그림을 공부하러 일본에 갔다가 사진가가 되어 돌아온 나는 부산의 고지대를 누볐어. 1963, 범내골 고지대 어느 마을 판자촌에서 목격한 풍경이 바로 이 작품, <부산, 1963>이야. 좀 심심하고 평면적으로 보이지? 하지만 이 사진은 많은 이야기가 담고 있어. 당시 고지대엔 식수 사정이 엉망이었어. 양동이 한 통에 얼마를 받고 물을 팔았어.



    부산, 1966
    이 사진은 외국에서 호평을 받았어. 얼굴 표정에 좋은 점수를 준 게지. 요즘에는 찾기 힘든 얼굴 표정이야. 1966년이라면, 막 산업화와 도시화가 시작되면서 농촌이 해체, 가족의 해체를 통해 도시빈민이 된 가장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던 대였지. 바로 그러한 시대 상황을 포착한 얼굴들이지.

    이 사진 찍을 때 사실 마음이 아팠어. 사진 속 남자에게 내가 가지고 있던 돈 몇 천원을 줬어. 안 받으려고 하더라고, 그래도 마음에서 우러나오니 어떻하겠어. 요즘 사진하는 젊이들이 많아. 하지만 젊은이들은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없어.

    이 사진을 보고도 느낌이 안온다는 거야. 요즘 젊은이들은 스냅사진의 리얼리티가 오히려 생소한거야. 연출된 것에는 열광하면서도 맨얼굴의 진실에는 불편한 세상이 된 것이지. 난 연출하지 않아. 있는 그대로야지. 요즘 작품에는 조작이 너무 많아.



    부산, 1961
    웃어 달라, 움직이지 말라, 이쪽을 봐 달라고 하는 순간 진실은 부서져버린다는 게 나의 방식이야. 연출하면 진실하지 못해. 그렇다면 조작하지 않는다면 다 진실이냐는 질문을 받는데 그건 아냐. 대상에 대한 나의 생각과 느낌이 일치해야 진실이 되고 예술이 되는 것이지.

    나는 아이들에게 웃어 달라고 하지 않았어. 아이들의 웃음이 우연히 내 사진 속에 들어 온 거야. 셔터를 누르는 순간, '꽤 괜찮은 걸 건졌구나'하는 느낌이 팍 오더라고... 난 아이들의 웃음이야말로 진정 인간적인 웃음이라고 봐.



    부산, 1968
    어미의 등에 업힌 아이가 웃는 거 좀 봐....

    아이를 키운 건 가난한 엄마였고, 가난한 좌판이었고, 다섯마리 고등어였어. 겨우 저것 팔아서 무엇을 살 수 있을까. 육아와 돈벌이와 인간으로 영위해야 할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치러 내었던 저 어머니의 가려진 얼굴은 어떤 얼굴이겠어? 인간 얼굴 가운데 가장 성스러운 얼굴 아닐까? 차츰 잊혀져가는 우리의 얼굴 아닐까? 인간 본연의 얼굴 아닐까?  



    부산, 1969
    자갈치였어. 아이가 누나의 등에 업혀서 어머니의 젖을 빨고 있더군. 나는 재빨리 셔터를 눌렀어. 노출이고 표정이고 구도고 뭐고 따질 겨를 없이 사진을 찍었어. 사진 속 어머니는 셔터 소리에 놀라 나를 바라보더군. 그러더니 천천히 몸을 돌려 등을 보이더군.

    한 장을 찍고 나서 더 사진을 찍을 수 없었어. 뭐랄까, 어떤 숭고한 장면 앞에서 압도되었던 거야. 가까이 다가 설 수가 없었어. 각도를 틀어 사진을 더 찍을 수가 없었어. 이 사진은 이 세상에서 단 한 번 있는 장면, 단 한 번의 셔터에 담긴 거야. 나로서는 굉장한 행운이었지. 이 사진은 독일 전시회에서 호평을 받았어. 이런 휴머니티가 그들에겐 낯설었던 것 같아.

    이 사진을 자세히 보면 어머니가 뒷짐을 지고 있어. '열중 쉬엇' 자세로 말이야. 자갈치에서 생선을 팔던 여인은 씻을 물이 없었던 거야. 손을 씩고 아이에게 젖을 먹일 시간이 없었던 거야.




    부산, 1985
    내 작품 중에는 신문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 신문은 당대의 기록이자 리얼리티 그 자체지. 신문이 사진 속에 피사체로 들어오면 사실성을 더 높이는 작용을 하지. 저 신문팔이 청년, 부디 복 받아 잘 살고 있어야 할텐데.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행복해야 할텐데. 요즈음 몸은 멀쩡한데 정신이 병들어 가는 세상이야. 몸은 불편해도 정직한 정신을 가진 저 청년, 저 얼굴을 한 번 유심히 들여다 보게.



    나는 말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50년 넘게 20만 점이 넘는 가난한 얼굴을  찍은 건 말이야. 그들의 행복을 빌기 위해서였어. 모두 함께 행복하자는 거지. 그것이 내 예술이고 내 사상이야. 저 가난한 이들의 얼굴이 바로 인간의 얼굴이야.

    여든네 살이지만 아직 내 다리는 튼튼해. 멀리 있는 것도 잘 보이고, 내년에 아프리카로 사진촬영하러 가려고 돈을 모아 놓았는데 건강이 걱정된다고 집사람이 하도 말려서, 나참.

    요즘의 사진 예술은 하나의 오락이 됐어. 인간이 사라지고 오락이 판치는세상이지. 디지털 세상이야.  난 요즘도 매일 인간의 얼굴을 찾아 길을 걸어. 빛과 어둠 두 가지만 존재하느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밝음이요, 그 외에 모든 것은 어둠이야, 아직 찍어야할 인간의 얼굴이 많이 남았어.

    2011년 5월 21일 부산일보 이상민 기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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